쿠팡은 왜 지금 ‘셀프 조사’와 전관 로비로 자충수를 두었나?

2026. 1. 2. 08:30자아실현

1. 분노한 이례적인 공통 반응의 의미
최근 공개된 영상에서 패널 전원이 쿠팡의 대응 방식에 강한 분노를 드러냈다는 점은 매우 이례적이다. 평소 입장이 갈리는 패널들조차 “이건 선을 넘었다”는 반응을 보였다는 점에서, 이번 사안은 단순한 기업 논란을 넘어 사회적 분기점에 들어섰다고 보아야 한다.
특히 노영희 변호사의 발언은 법률적 관점에서 매우 중요하다. 그는 쿠팡의 ‘셀프 조사’와 여론전이 오히려 징벌 수위를 높이는 역효과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감정적 비판이 아니라, 실제로 공정위·사법부 판단 과정에서 불리한 정황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현실적 경고다.
여론은 이미 “쿠팡이 반성하지 않는다”는 쪽으로 기울기 시작했다. 플랫폼 기업에게 신뢰는 재무제표보다 중요하다. 이 신뢰가 무너지는 순간, 기업은 규제 이전에 사회적 심판을 먼저 받게 된다.

2. ‘셀프 조사’가 왜 가장 위험한 선택이었나
쿠팡은 공정위 제재 이후, 자체 조사와 설문을 근거로 “소비자 만족도가 높다”는 주장을 반복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은 법·정치·여론 어느 측면에서도 최악의 수로 평가된다.
첫째, 법적 측면에서 셀프 조사는 면책 사유가 되지 않는다. 오히려 공정위 조사와 상충되는 자료를 의도적으로 유포했다는 인식이 생길 경우, 고의성 판단에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둘째, 정치적 측면에서 이는 규제 명분을 강화한다. “봐라, 이들은 스스로를 통제할 능력이 없다”는 메시지를 야당과 정부에 제공하게 된다. 노영희 변호사가 말한 “더 큰 응징의 계기”란 바로 이 지점을 뜻한다.
셋째, 여론 측면에서 셀프 조사는 오만으로 해석된다. 소비자와 입점업체가 문제를 제기하는데, 기업이 “우리가 조사해보니 문제없다”고 말하는 구조는, 권력형 사고의 전형으로 받아들여진다.
결국 쿠팡의 셀프 조사는 방어가 아니라 자기고발에 가까운 선택이었다.

3. 김앤장 ‘전관 로비’ 논란이 불붙인 2차 전선
이번 사안에서 또 하나의 핵심은 김앤장을 중심으로 한 전관 로비 논란이다. 한국 사회에서 ‘김앤장’과 ‘전관’이라는 단어는 단순한 로펌 이름을 넘어, 기득권 구조의 상징으로 인식된다.
쿠팡이 이 프레임에 갇히는 순간, 논쟁의 축은 ‘알고리즘’에서 ‘권력’으로 이동한다. 이는 기업 입장에서 가장 위험한 전환이다. 기술 논쟁은 데이터로 반박할 수 있지만, 권력 논쟁은 감정과 정의의 문제로 번진다.
특히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이미 플랫폼 독점과 전관 카르텔을 주요 개혁 의제로 삼고 있다. 쿠팡이 이 상징의 한복판에 서게 된다면, 사안은 단기 규제가 아니라 중장기 구조 개편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4. 추가 분석 ① : 김범석의 주식 매각, 이제는 ‘신호’가 아니라 ‘증거’가 되다
초기에는 김범석 의장의 주식 매각이 단순한 개인 재무 선택으로 해석될 여지도 있었다. 그러나 현재 국면에서는 그 의미가 달라진다.
규제 충돌, 셀프 조사 논란, 전관 로비 프레임이 결합되면서, 주식 매각은 책임 회피 또는 엑시트 시그널로 재해석되고 있다. 시장은 항상 ‘맥락’을 본다. 지금의 맥락에서 창업자의 대규모 매각은 결코 중립적일 수 없다.
이는 주가의 문제를 넘어, 조직 내부 결속과 직원 신뢰에도 영향을 미친다. “위기에서 창업자는 빠져나가고 있는가?”라는 질문은 내부에서 가장 파괴적이다.

5. 추가 분석 ② : 쿠팡 사태는 ‘한국판 빅테크 규제 모델’의 시험대다
이번 사태는 쿠팡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네이버, 카카오, 배달의민족, 토스 등 모든 플랫폼 기업이 이 결과를 지켜보고 있다.
만약 쿠팡이 강경 대응 끝에 제재 수위를 낮추는 데 성공한다면, 이는 플랫폼 업계 전반에 “버티면 된다”는 신호를 줄 것이다. 반대로 쿠팡이 응징의 상징이 된다면, 이는 한국판 빅테크 규제의 기점이 된다.
현재 흐름은 후자에 가깝다. 특히 여론의 방향이 규제 당국과 일치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쿠팡이 빠져나갈 공간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6. 추가 분석 ③ : 가장 큰 패자는 ‘입점 판매자’가 될 가능성
아이러니하게도 이 싸움에서 가장 큰 피해자는 쿠팡도, 정부도 아닌 입점 판매자일 수 있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알고리즘은 경직되고, 비용은 증가하며, 그 부담은 판매자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이 이를 방패 삼아 “규제 때문에 가격이 오른다”고 말할 경우, 책임의 전가 구조가 만들어진다.
이 지점에서 정부와 정치권의 역할이 중요하다. 쿠팡을 때리는 것에서 끝날 것이 아니라, 플랫폼-판매자 관계의 구조 개선까지 연결하지 못하면, 개혁은 실패한다.

7. 전망 : 쿠팡의 선택지는 이제 세 가지뿐이다
쿠팡 앞에 남은 길은 명확하다.
첫째, 전면 수용과 구조 개편이다. 알고리즘 공개, PB 우대 철회, 상생 기금 조성 등으로 국면을 전환하는 길이다. 단기 손실은 크지만, 생존 확률은 가장 높다.
둘째, 법적 투쟁과 시간 끌기다. 김앤장을 앞세워 끝까지 다투는 전략이다. 성공 가능성은 낮고, 실패 시 치명타가 된다.
셋째, 부분 양보와 여론 관리다. 가장 현실적인 선택이지만, 진정성이 없을 경우 역풍이 더 커질 수 있다.
현재 쿠팡은 두 번째와 세 번째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다. 그러나 시간은 쿠팡 편이 아니다.

8. 쿠팡은 더 이상 ‘혁신 기업’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쿠팡은 이미 거대 플랫폼이다. 거대해지는 순간, 사회는 혁신보다 책임을 요구한다. 이번 사태에서 쿠팡이 보여준 모습은 혁신가의 겸손이 아니라, 권력자의 방어에 가까웠다.
노영희 변호사의 말처럼, 셀프 조사는 면죄부가 아니라 응징의 방아쇠가 될 수 있다. 김앤장 전관 프레임은 방패가 아니라 표적이 될 수 있다.
쿠팡이 이 위기를 기회로 바꾸려면, 지금까지의 모든 대응을 되돌아보고 근본적으로 태도를 바꿔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이번 사태는 단순한 규제가 아니라 플랫폼 시대의 전환점으로 기록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