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은 왜 한국과 대만에 빨대를 꽂았나

2026. 1. 7. 08:37자아실현

쿠팡이 한국과 대만에 유독 집요하게 집착하는 이유는 단순히 “성장 시장”이어서가 아니다. 그 이면에는 훨씬 냉정하고 계산적인 글로벌 자본 전략이 깔려 있다. 이 구조를 이해하지 못하면 쿠팡의 적자, 물류 확장, 노동 논란, 가격 정책을 모두 오해하게 된다.

쿠팡은 한국에서 태어난 기업이지만, 한국을 위해 존재하는 기업은 아니다. 쿠팡은 처음부터 미국 자본이 설계한 플랫폼 실험장에 가깝다. 한국은 그 실험에 가장 적합한 조건을 갖춘 나라였다.

첫째, 한국은 고밀도·고속 사회다. 인구 밀도가 높고, 도시 집중도가 극단적이며, 소비자들의 배송 기대치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오늘 주문하면 내일 받는 것이 아니라, 오늘 주문하면 새벽에 받아야 만족한다. 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기대치가 쿠팡에게는 오히려 축복이었다. 왜냐하면 이런 환경에서 살아남는 물류 시스템은 다른 어느 나라에서도 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쿠팡은 한국을 통해 “극한 물류 테스트”를 진행했다. 로켓배송, 새벽배송, 당일배송은 단순한 서비스가 아니라 물류 알고리즘과 노동 투입 한계치를 측정하는 실험이었다. 한국 노동자들은 그 실험의 연료였다. 장시간 노동, 고강도 분류, 안전사고 리스크까지 포함한 모든 데이터를 쿠팡은 값싸게 확보했다.

이 구조에서 중요한 점은, 쿠팡이 한국에서 돈을 벌 필요가 없었다는 사실이다. 오히려 적자를 보며 데이터를 쌓는 것이 목표였다. 한국 소비자들은 “싸고 빠르다”는 이유로 쿠팡을 선택했고, 그 선택은 쿠팡에게 세계 최고 수준의 물류 운영 데이터를 안겨주었다.

둘째, 대만은 한국 다음 단계의 실험장이었다. 대만은 한국보다 인구는 적지만, 소비 패턴이 매우 유사하다. 모바일 결제, 온라인 쇼핑, 해외 브랜드 수용도, IT 인프라 모두가 “한국 다음”으로 적합한 시장이다. 게다가 대만은 중국과 지리적으로 가깝지만 정치적으로는 분리된 공간이다. 이는 미국 자본 입장에서 매우 중요하다.

쿠팡이 대만을 선택한 이유는 단순하다. 중국을 직접 상대하지 않고도 중국 소비자 행동을 예측할 수 있는 테스트베드이기 때문이다. 대만에서 통하는 모델은, 수정만 거치면 일본·동남아·미국 일부 도시까지 확장 가능하다. 반대로 유럽이나 남미는 물류 밀도와 노동 유연성에서 쿠팡 모델이 작동하기 어렵다.

즉, 한국이 “극한 테스트장”이었다면, 대만은 “확장 가능성 검증 시장”이다.

셋째, 쿠팡이 한국과 대만에 빨대를 꽂은 진짜 이유는 플랫폼 종속 구조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과 대만은 공통적으로 내수 시장이 작고, 자국 플랫폼 보호 정책이 약하다. 아마존처럼 강력한 로컬 경쟁자가 없고, 정부도 플랫폼 규제에 뒤늦게 대응한다. 이런 환경에서는 한 번 시장을 장악하면 소비자·판매자·노동자 모두를 묶어버릴 수 있다.

쿠팡은 단순히 물건을 파는 회사가 아니다. 쿠팡은 생활 인프라를 통째로 장악하는 회사다. 쇼핑, 배달, 콘텐츠, 결제, 멤버십까지 묶어서 “나가지 못하는 구조”를 만든다. 한국과 대만은 이 구조가 가장 빨리, 가장 깊게 뿌리내릴 수 있는 나라다.

문제는 이 구조가 국가 단위로 보면 매우 위험하다는 점이다. 플랫폼이 유통을 장악하면, 중소상인은 가격 결정권을 잃고, 노동자는 교체 가능한 소모품이 되며, 소비자는 선택권이 줄어든다. 겉으로는 편리해 보이지만, 실제로는 경제의 혈관을 외국 자본 플랫폼이 쥐는 구조가 된다.

넷째, 쿠팡의 적자는 실패가 아니라 전략이다. 한국에서 수조 원의 적자를 감수하면서도 물류를 확장한 이유는 단 하나다. 한 번 구축한 물류망은 진입장벽이 된다. 후발 주자는 절대 따라올 수 없다. 이 단계에 도달하면, 쿠팡은 가격을 올려도 소비자는 떠나기 어렵다.

이 구조는 이미 미국의 아마존, 중국의 알리바바가 증명했다. 초기에는 소비자를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것처럼 보이다가, 시장이 잠기면 규칙이 바뀐다. 쿠팡도 그 경로를 그대로 따라가고 있다.

대만 역시 같은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초반에는 할인과 빠른 배송으로 시장을 장악하고, 경쟁자가 사라지면 조건을 바꾼다. 이때 남는 것은 쿠팡뿐이다.

결국 쿠팡이 한국과 대만에 빨대를 꽂은 이유는 명확하다.
이 두 나라는 저항이 약하고, 데이터 가치가 높으며, 실험 비용이 싼 시장이기 때문이다. 쿠팡은 국가의 편리함을 빌려 기업의 미래를 설계하고 있다.

이것을 무조건 악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분명히 편리하고, 단기적으로는 이득이 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보면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 편리함의 대가를 누가 치르고 있는가?”

쿠팡은 한국 기업처럼 보이지만, 한국을 우선하지 않는다. 대만에서도 마찬가지다. 쿠팡이 우선하는 것은 오직 하나, 글로벌 플랫폼으로서의 생존과 확장이다.

그 사실을 인식한 상태에서 이용하는 것과, 모르고 의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