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10. 28. 04:26ㆍ의식성장
『절창』(구병모 저, 문학동네 출판)

머리말
『절창』을 읽으며 머릿속에 남은 건 ‘읽기’와 ‘이해’ 그리고 ‘상처’라는 키워드였다. 나 자신도 누군가에게 완전히 읽히지 못하고 있고, 또 타인을 온전히 읽을 수 없다는 것을 문득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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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 개요와 인상
이 소설은 타인의 상처를 통해 마음을 읽는 한 여성과, 그녀의 특별한 능력을 이용하려는 남자의 이야기다.
제목 ‘절창(切創)’은 ‘베인 상처’를 의미하며, 상처가 단순한 아픔이 아니라 타인과 나 사이의 ‘읽기’와 ‘오독’을 드러내는 지점이었음을 깊이 느꼈다.
특히 기억에 남는 문장은 다음과 같다.
> “한 권의 책을 펼칠 때 잊지 말아야 할 게 있다면, 세상의 코어를 이루는 것이 반드시 희망 내지 사랑만은 아니며 ― 도저히 화해할 수 없는 인간들과 혹은 도저히 견딜 수 없는 나 자신과 필연적으로 상종하거나 공존하는 것이 인간의 삶이자 태초부터 운명지어진 비극이라는 사실이지.” (p.302)
이 문장은 ‘읽기’라는 행위가 단순히 이해나 공감만을 목표로 하지 않음을 일깨워 주었다. 오히려 우리는 서로에게 이해되지 않을 수도 있는 존재로서 마주하며, 그 간극 속에 관계가 놓여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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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물과 구조에 대한 생각
화자인 ‘독서교사’ 시점이 처음부터 끝까지 독자의 유일한 안내자다. 이 선택이 ‘모든 이야기에는 화자의 왜곡이 포함되어 있다’는 메시지를 암시한다고 느꼈다.
또한 주인공 ‘아가씨’의 특별한 능력(상처를 통해 타인의 마음을 읽는)은 메타포처럼 다가왔다. 즉, 타인을 읽는다는 것은 접촉이지만 동시에 경계 침범이기도 하다.
이 작품이 관계의 본질적 불가능성을 직시하면서도, 그럼에도 불구하고 ‘읽기’를 포기할 수 없는 인간의 태도를 보여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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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 대한 투영과 자각
이 소설을 읽으며 다음과 같은 생각을 했다.
1. 상처는 단지 아픔이 아니다
상처는 우리 관계의 흔적이며, 타인을 읽기 위한 누룩이 된다. “상처 없는 관계라는 게 일찍이 존재나 하는 것인지 나는 모르겠다. 상처는 사랑의 누룩이며…”라는 문장은 이 점을 알렸다. (p.344)
2. 이해란 언제나 불완전하다
우리는 타인의 마음을 읽고 싶어하지만, 끝내 우리의 이해는 ‘오독’을 포함할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수용해야 한다. 이 작품은 그 구조를 문장과 이야기 구조 양면에서 보여준다.
3. 관계는 그럼에도 계속된다
비록 완전한 이해가 불가능하다 하더라도, 그럼에도 우리는 서로에게 다가가고 싶어 한다. 이 ‘원망과 배신, 용서와 무관심 사이의 간극’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이유라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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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쉬움 및 생각거리
다만 한 가지 아쉬움이라면, 이야기의 미스터리적 요소와 기이한 설정이 너무 빠르게 마무리된다는 인상을 받았다. ‘읽기’의 의미가 충분히 탐구되는 듯 했지만, 결말에서는 다소 열린 여운으로 남아버렸다.
이 점이 긍정적일 수도 있고, 독자로 하여금 ‘내가 오독한 건 아닐까?’라는 질문을 스스로 던지게 만든다는 점에서 또 다른 의미가 있을 수 있다.
덧붙여, ‘능력’이라는 설정을 통해 ‘타인을 읽는 것’이란 행위가 단순히 선물이나 도구가 아니라 책임과 위험이 동시에 된다는 사실을 다시금 인식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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맺음말
『절창』은 읽기란 무엇인가, 타인이란 무엇인가, 관계란 무엇인가에 대해 진지하게 묻는 작품이다.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 내면의 상처를 마주하게 하고, 그 상처를 통해 타인에게 닿고자 하는 욕망을 들여다보게 한다.
> “어쩌면 상처를 가만히 들여다봄으로 인해, 상처를 만짐으로 인해, 상처를 통해서만 다가갈 수 있는 대상이, 세상에는 있는지도 모르겠다고.” (p.344)
이런 문장 하나로 이 책을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혹시 이 글을 읽는 독자라면, 이 작품을 단지 ‘기이한 로맨스’ 혹은 ‘미스터리’로만 읽지 않고, 나와 너 사이의 간극을 응시하는 시간으로 삼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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