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터가 예뻤어

2024. 12. 23. 22:28자아실현

https://youtu.be/BS7tz2rAOSA?si=WT7uYLnn3tSs3SXy

집은 자신이 잠을 자고 쉴 수 있는 공간이다. 따라서 자연에너지를 실시간으로 받을 수 있다면 가장 좋은 집터가 될 수 있다. 그리고 자신에게 적절한 집의 구조라면 더할 나위 없겠다. 산과 가장 가까운 위치에 살았던 적이 있다. 물론 주말엔 등산객들의 왕래가 많아서 번잡하긴 했지만 실시간으로 산의 에너지가 큰 방의 창문과 주방 창문을 통해 들어왔다. 어느 정도였냐면 아침이나 햇빛이 밝은 때 창문으로 들어오는 빛을 볼 때 아지랑이 같은 산의 에너지가 들어오는 모습이 보여서 영화의 한 장면 같았다. 1층이라 바닥에선 땅에너지가 잠잘 때마다 올라왔다. 그것은 지열처럼 몸 속으로 스며들었다.
 
가끔 상가건물을 볼 때 복많은 터가 있는지 쉽게 찾을 수 있다. 심지어 역세권이 아니어서 교통이 불편할지라도 결국 그 복터는 사람들을 불러모은다. 전부 다는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 건물 안에 입주한 가게들이 오래도록 성업을 이룬다면 굳이 풍수를 몰라도 그곳은 복터일 가능성이 높다. 평소 주목했던 두군데 빌딩이 있다. 20년도 더 되서 오래된 건물이고 주차장도 적고 지하철역도 멀리 떨어져 있어서 교통편의성은 사각지대일 수 있다. 그런데 대로변을 끼고 있는 한 건물은 1층 스타벅스, 2층~6층 병원들, 7층 원룸텔인데 모두 안정적으로 성업을 이루고 있다. 좁은 엘리베이터에 늘 사람이 가득 찬다.
 
또 하나의 건물은 대로변에 있지도 않고 역시 역세권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 지하의 대중 사우나는 꽤 오랜 기간 동안 성업을 이루고 있을 뿐 아니라 입장권 자동화기기가 있어 간편하게 출입할 수 있다. 최신식 사우나도 아닌데 말이다. 1층엔 순대식당이 있는데 근처 상가들 중 유일하게 식사 때마다 줄을 서서 먹는 곳이다. 옆의 이발소도 20년 넘게 손님이 끊이질 않고 직원들도 오랜 기간 바뀌지 않고 있다. 꼭대기 층은 장년 전용 콜라텍이 있는데 멀리서 원정까지 오는 노년층이 주말마다 빼곡하다. 바로 밑의 당구장은 단골 손님만으로도 자리가 차서 대기해야 할 정도고 바로 옆의 고시원도 윗층이 시끄러운 콜라텍인데도 성업 중이다.
 
물론 모든 가게들에 그런 것이 적용되어 보이진 않는다. 그런데 그 빌딩에 입점한 대부분의 가게들이 오랫동안 자리를 지키고 IMF나 코로나 위기에 이어 현재의 비상계엄 후폭풍에도 불구하고 손님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넓지 않은 면적 안에서도 각자에게 시시각각으로 변화하는 에너지의 흐름이 있다. 예를 들면 영업 텔레마케터들은 실적이 잘 나오지 않으면 같은 사무실 안에서도 서로 적절한 자리로 바꾸는데 이유있는 대처법일 수도 있다. 초등학교 시절을 돌아보면 한 학기 동안에도 짝바꾸기나 자리바꾸기 또 학년이 바뀔 때마다 반을 섞어서 새로 배치하는 것도 공간에너지에 반응하는 것이다.
 



최근 주말마다 여동생의 판교의 복층빌라에 가서 눈도 치우고 청소와 수리 등을 했다. 콧물을 흘리며 옥상 테라스에 쌓인 눈을 치울 때 주변을 둘러싼 산에너지가 사방에서 몰려들었다. 물론 그 근처의 다른 건물들도 그랬겠지만 이 건물에 적절하게 맞는 에너지가 온몸으로 들어왔다. 행복하고 즐거운 느낌의 좋은 에너지들. 복층 밑으로 내려와 거실을 치우고 세탁한 커텐을 달면서 집터의 에너지가 새롭게 정비되는 느낌도 들었다. 여동생은 대출금으로 그 집을 보자마자 매매를 해버렸지만 전날 꾼 꿈때문이기도 했다. 전세로 세입자 신혼부부가 들어왔고 아기까지 낳고 더 좋은 신축 아파트로 이사했다.
 
결국 운중동의 복층빌라는 단기 임대로 내놓게 되었다. 집주인인데 그곳에 들어가는 것은 아직 때가 안되었고 다른 사람들이 때를 맞춰 들어왔다가 나가고 있었다. 그래서였는지 단기임대면 도리어 더 많은 사람들이 이 집터의 복합적이고 행복한 자연에너지를 누릴 수 있겠다는 생각도 했다. 물론 집주인은 여동생이지만 아직 그 집에 들어올 때가 오진 않아서인지 상황은 단기 임대로 바뀌게 되는 것 같다. (현재는 자신이 사는 것으로 되었다.) 물론 집과 산과 대화를 나누었지만 증명하거나 확인할 자료가 없다. 따라서 그저 자기 인연따라 오고 가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누가 오고 갈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