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노벨문학상 수상작의 채식과 폭력

2024. 10. 13. 17:11의식성장

https://youtu.be/yJe2PJd2B_E?si=pOMwsTgf5zG1OX72

 
 
한국 역사상 첫번째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나왔는데 여성 소설가 한강이 그 주인공으로  '채식주의자', '소년이 온다', '작별하지 않는다' 등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폭력성을 시적인 산문으로 표현했다고 한다. 광주 민주화 운동이든 제주 4.3 항쟁이든 역사적 사건과도 맞물려 있는 폭력의 문제는 개인의 삶에서도 가까운 사람과 얽히게 되어있다. 그래서 그러한 폭력성이 우발적인 사건사고가 아닌 유전에 의한 대물림이 아닐까하는 정도에까지 이르는 대목도 나온다. 정치적인 갈등이나 가부장적인 가족의 상하관계 등은 폭력의 단면을 잘 보여주는 단골소재로 등장한다. 
 
그녀에게 맨부커상의 영예도 안겨준 소설 '채식주의자'는 하필 공교롭게도 채식을 소재로 다룬 작품이다. 채식을 하게 되는 꿈을 꾸고 점차 육식을 거부하게 되는 여자주인공은 가족이나 지인들로부터 살이 빠졌다, 안색이 안좋은데 건강이 나빠진 것 같다면서 육식을 강요받는 상황에 내몰리게 된다. 가족들과의 식사모임에서 급기야 부모님의 걱정과 아버지의 강요로 입을 억지로 벌려서 고기를 쑤셔넣는 작은 사건까지 일어나고 결국은 정신병원에 가게 된다. 여주인공은 자신이 나무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다른 생명을 해치지 않고도 생명을 유지하는 나무처럼 살고 싶었던 것이다.
 
사실 채식은 비폭력적인 식사이다. 다른 존재의 살코기를 먹는 육식은 불가피하게 생명을 빼앗는 과정에서 폭력을 행사하지만 채식은 식물의 의식이 낮을 뿐더러 식물 자체가 과반수 이상 수분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에 어류, 조류를 포함한 동물에 비해 자아의 개성이 약한 편이라 영향도 적고 식물을 얻는 과정에서 다 익은 열매나 뿌리를 놔둔 채 잎이나 줄기만으로도 식재료로 충분히 쓸 수 있다. 그런데 피를 가진 생명체, 즉 동물을 먹는 경우엔 그들의 의식에 영향을 받을 뿐 아니라 물질적으로도 콜레스테롤이 높거나 성인병 발병률이 높아진다.
 
어릴 적에 느끼하고 비린 것을 잘 먹지를 못하니까 부모님이 입에다가 고기를 직접 넣어주며 삼키라고 시킨 적이 여러 번 있었는데 '채식주의자'라는 소설에서는 그런 상황을 좀더 드라마틱하게 재구성한 것이어서 가부장적인 구조에서 가족구성원에게 아버지 또는 부모가 행하는 폭력성을 드러내려고 했다. 식물처럼 물과 햇빛 만으로도 살아갈 수 있다면 다른 생명을 폭력으로 해치는 일 없이 평화롭게 살 수 있을 거라는 여주인공의 희망은 어릴 적에 동물을 죽이는 것을 지켜보면서 들었던 생각이기도 했다.
 
그 당시만 해도 한국에서는 직접 살아있는 생닭을 잡아 목을 비틀어 자르고 뜨거운 물이 끓는 냄비에 넣어 털을 뽑는 과정을 닭고기 파는 집에 가면 쉽게 볼 수 있었다. 또 인간의 필요에 의해 족제비나 밍크를 잡아 좀더 부드럽고 윤기나는 털을 얻으려고 죽이진 않고 산채로 꼬리를 잡고 빙빙 돌려서 땅에 내려친다. 기절한 밍크나 족제비를 산채로 털가죽을 벗겨야 털이 부드럽기 때문에 행하는 끔찍한 일이기도 하다. 보신탕집에서 셰퍼드를 잡아 묶어놓고 성인 남성 서너명이 몽둥이로 두들겨패고 한편에선 불로 털을 태우며 약을 올려야 맛있다며 더 고통을 주는 장면을 본 적도 있다. 처량한 울음소리를 내면서 나를 바라보던 셰퍼드의 모습이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 것을 보면 너무나 강렬한 충격으로 다가와서 한동안 세상은 왜 이렇게 잔인할까하는 생각도 했었다.
 
2024년 현재 식량부족이 기후변화로 인해 전세계 각국으로 점차 빠르게 번져가는 뉴스보도가 나오는데 채식이 식량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생각은 대부분 시도조차 해보지 않는다. 가축을 키우는데 드는 토지면적, 물, 사료 등을 고려한다면 전체 비용은 식물성 식재료를 얻는데 드는 전체비용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높은데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