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 12. 14. 00:58ㆍ사랑
https://youtu.be/yoUj6aQac78?si=cHnQ3-rr3BgaOCWg
형형색색의 응원봉 빛이 까만 밤하늘을 밝게 물들였다. 다양한 케이팝도 울려퍼졌으니 아름답고 흥겨워보이기도 했다. 그곳은 여의도 국회의사당 앞이었다. 그런데 사실 각자의 마음 속엔 슬픔과 분노와 간절함이 흐르고 있었다. 뉴스에선 어떤 소녀에게 기자가 인터뷰를 했다. "집회엔 왜 응원봉을 들고 왔나요?" 촛불 대신 응원봉을 집회에 들고나온 이유가 뭔지를 소녀에게 묻는 기자의 질문에 겨울밤이고 바람이 부니까 촛불이 꺼질까봐 간편한 응원봉을 들고왔다는 대답을 떠올렸다. 그런데 그 소녀는 이렇게 답했다. "제가 갖고 있는 가장 소중한 빛이라서 여기에 갖고 나왔어요."
올해 12월 3일 윤석렬 대통령이 비상계엄령을 발표한 이후에 국회 앞은 국민들의 응원봉 시위로 장관을 이루고 있다. 2차 계엄령 우려로 국회앞을 밤새도록 지킨 국민들에게 야당은 90도로 인사를 했고 집회에선 '탄핵이 답이다'라는 캐럴송 개사곡이 흘러나왔다. 유명한 크리스마스 캐럴인 '펠리스 나비다드'를 개사한 것인데 가사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윤석열 체포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김건희 벌 받아야 메리 크리스마스, 국힘당 해체해야 메리 크리스마스..." 내일 두번째 탄핵 투표를 앞두고 다시 국회앞은 샤이니 세대부터 최근의 엔시티, 세븐틴 세대까지 각양각색의 아이돌 응원봉 집회로 반짝였다.
2찍으로 치부되었던 2030들도 많이 달라졌지만 국회앞으로 뛰쳐나온 MZ들의 메시지는 해맑으리라고 여겼던 것과는 사뭇 달랐다. "세월호 때도 그랬고 이태원 참사 때도 그랬고 우리도 아는 걸 왜 나이 든 어른들은 모르는 걸까요? 뭐가 잘못된 건지 정말 모르는 걸까요?"라며 눈시울을 붉히는 여학생의 인터뷰도 TV에서 짧게 방송을 탔다. 깃발도 재치가 번뜩였는데 해학적이었다. '전국누워있기연합', '얼죽아협회', '전국계란은완숙협회', '전국과체중고양이연합', '전국삼각김밥미식가협회', '걸을때 휴대폰 안보기 본부', '범야옹연대', '강아지발냄새연구회', '전국수족냉증연합' 등이 분노의 집회를 위트로 뒤덮었다.
자유로운 MZ의 개성이 돋보이는 방식이었는데 노래도 로제의 '아파트', 소녀시대의 '다시 만난 세계(=다만세)' 등 K-pop 이 대세를 이뤘다. 커피와 핫팩을 무료로 돌리거나 커피를 선결제하는 국회의원도 있었다. 국회의원들이 담을 넘고 비상계엄해제 의결정족수를 넘겨 순식간에 윤대통령의 계획을 막고 국민들이 국회앞으로 몰려간 것은 한국인들의 빨리빨리 문화를 보여준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 깊은 어둠과 더 밝은 빛들이 선명한 대조를 이루고 있는 지금 이 시간에도 진흙 속에서 피어나는 연꽃을 더 아름답게 보여주고 있다.
물론 어둠 속에서 빛은 더 밝게 빛나며 어둠이 있어야 빛이 보이겠지만 지금 이 시대의 어둠은 에너지의 탁기가 어느 정도까지 더러워진 것인지 극명하게 신호를 보내고 있다. 인간의 광기가 절정에 달하고 더이상 사람이기를 포기했을 때 그들도 나와 똑같을 것이라고 믿었던 신뢰가 배신을 당할 때 순진하게 착하기만 하면 올바른 것은 아니게 된다. 착하더라도 어리석을 게 아니라 지혜로워야 하며 옳고 그름에 앞서 있는 그대로 객관적이고 사실적인 팩트에 기초해서 사리분별을 해야 하는 상황을 접하게 된다. 인간사의 물결이 지나고 나면 자연의 에너지 배출이 그 다음 순서를 잇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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