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4. 17. 23:20ㆍ사랑

“The wound is the place where the Light enters you.”
– Rumi
상처는 빛이 들어오는 자리.
루미의 이 구절은 내게 ‘아파도 괜찮다’는 말을 해주는 것 같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상처를 입는다. 관계에서, 실패에서, 혹은 말 한마디에서조차. 그럴 때면 “왜 나만 이런 걸까”라는 생각이 앞서지만, 루미는 그런 나를 다정하게 붙잡는다. 아프니까, 그 자리를 통해 빛이 들어온다고.
며칠 전, 버스를 놓쳤다. 겨우겨우 도착했는데 바로 눈앞에서 문이 닫히고, 내 앞에서 조용히 출발했다. 평소 같으면 그냥 “운 없네” 하고 넘겼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속이 상했다. 하루 종일 이어졌던 작고 불편한 일들이 그 순간 뭉쳐서, 내 마음속을 들췄다. 뾰족하게.
그런데 문득, 버스를 놓친 그 자리에서 하늘을 봤다. 이상하게 맑은 하늘, 그리고 흐드러진 벚꽃.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조그만 골목인데, 그날따라 봄이 거기 있었다. 만약 버스를 탔다면 못 봤을 장면.
그때 문득, 루미의 시가 떠올랐다. "상처는 빛이 들어오는 자리." 그 말이 꼭 그 장면 같았다. 내가 멈춰 선 그 자리, 그 초라한 기분 한복판에 빛 같은 봄이 들어온 것이었다.
요즘 우리는 다들 바쁘고, 지치고, 때로는 무의식적으로 조급하다. 그런 마음에 조금씩 생겨난 금이, 어쩌면 우리 안에 무언가 들어올 틈일지도 모른다.
빛이든, 계절이든, 누군가의 다정한 말이든.
그러니 오늘 조금 힘들었다면, 그 자리를 조금만 들여다보자.
그 틈으로 무언가 반짝이는 것이 들어오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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