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이 나면 언젠가 식듯이

2024. 11. 11. 00:13사랑

https://youtu.be/KAYoGlXEvZg?si=naUQfDe-6IcbNBrk

 
 가을이 지나가는 길목에서 울긋불긋하게 물들었던 단풍들은 예전과 다름없이 낙엽되어 떨어진다. 노랗게 빛나는 은행잎들도, 불타듯 붉게 물든 단풍들도, 둥그런 잎이나 손모양의 잎이나 예외없이 된서리를 맞고 하나 둘씩 아래로 떨어져 쌓인다. 그리고 바람이 분다. 마음 속에도 불어온다. 위태롭게 달려있던 이파리들이 깃발처럼 나부끼다가 우수수 아우성을 친다. 피할 수 없는 것이라면 받아들여야 겠지만 알면서도 불가피한 순간들을 마주하는 때가 오면 몸을 부르르 떨며 전율하게 된다. 세포들도 마주할 순간들을 예감하고 준비태세를 하는 것 같다.
 
잠시 대화를 나눴던 중년의 남성은 자신이 7째 아들이라고 했다. 90대 노모는 대소변을 못가리고 한약을 먹어도 아파서 방안을 엎드려 돌면서 고통스러워한다고 했다. 사람의 삶이란 스스로 통제하기 어려운 때를 지나가야 한다는 것. 태어날 때도 자기 뜻대로 하지 못하지만 죽어갈 때도 속수무책이다. 나무에 매달린 단풍잎들이 가을바람결에 속수무책으로 떨어지듯이. 그렇다고 그에게 그런 말을 해줄 수가 없어서 "그래도 효자시네요... 제가 다시 연락드릴게요."라고 말하면서 저린 가슴을 안고 살아야 하는 우리네 인생을 다시금 돌아보게 된다.
 
영혼의 입장에서 본다면 지구라는 별에 태어나기 전에 이미 큰 그림을 설계하고 태어날 수도 있겠지만 인간 자아의 입장에서는 아무것도 모른 채 생판 낯설고 처음인 상황에 놓여서 아둥바둥 살다가 예기치 못하게 나이들어가다가 병이라도 걸리면 좀더 죽어가는 시간을 앞당기게 된다. 마치 사랑을 배우고 사랑을 체험하며 사랑을 느껴서 사랑을 실현하려고 했던 삶이 정반대의 현실을 접하며 극명하게 절망하고 아파하는 것처럼. 실연당했을 때 세상이 무너지듯 괴롭고 죽을 것 같았던 마음의 상처도 결국 지나간다. 시간은 되돌릴 수 없듯이 또한 시간은 계속 앞으로 나아가기 때문이다.
 
나무에는 세월의 흔적이 나이테로 남지만 우리에겐 시간의 나이테가 기억 속에 저장된다. 그 기억은 늙어서 잊어먹거나 죽으면 사라질 거라고 생각하지만 사람은 육체의 시간이 끝난다고 모든 것이 사라지진 않는 것 같다. 최면을 통해서건 잠잘 때 꿈을 통해서건 무의식이나 잠재의식에 깃들어있던 기억의 파편들이 언뜻언뜻 고개를 내밀 때가 있다. 혹자는 우주의 어느 공간에 있는 아카식 레코드에 모든 순간들이 기록되어 있다는데 인도의 수학자 라마누잔이나 에디슨보다 덜 알려진 과학자 테슬라의 삶을 보면 그들의 업적이 보이지 않는 곳에서의 다운로딩된 증거들이 적지 않다.
 
그렇지 않고서야 채식과 수행만 하던 가난한 듣보잡 라마누잔이 증명할 줄도 모르면서 세상에 발표된 적 없던 수학 공식을 하루에 8개씩 며칠 동안 뜬금없이 유명 수학자에게 증명과 공개를 이뤄내게 한다거나 과학자 테슬라가 뜬금없이 꿈에서 봤다며 인류에겐 난생 처음보는 과학기술로 발명품을 창조하는 과정들은 마치 예술가들이 꿈속에서 영감을 받았다며 멜로디를 악보로 받아적었던 비틀즈 멤버 폴메카트니의 'Yesterday'처럼 너무 유명해서 전혀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논리적으로도 무한한 우주 속에 지구처럼 지적 생명체가 살고 있는 별이 무한하게 존재할 수 밖에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계인을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지구별 사람들이 과반수여도 전혀 신기하게 생각하지 않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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