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완벽주의에서 빠져나와

2024. 1. 31. 17:55사랑


치매 초기 증세와 뇌출혈을 동시에 겪고 있는 어머니를 보면서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치매초기에는 피해망상이나 과대망상을 겪기 시작하는데 예를 들면 10년 전에 죽은 딸이 삼성 이재용 회장과 결혼해서 강남고속버스터미널의 신세계백화점 근처에 산다며 매일 지하철을 타고 인천에서 강남고속버스터미널까지 출근했다가 돌아오는 식이다. 

 
게다가 어머니는 작년 8월말 경 갑작스런 하반신 마비로 가까운 병원검진을 받으러 갔다가 급성 뇌출혈이라는 진단에 바로 머리뼈에 구멍을 내고 뇌와 뼈 사이의 공간에 가득찬 피를 빼내는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래도 1주일도 안되서 퇴원하고 삼사일만에 스스로 혼자 걷게 되서 경과는 좋았지만 재발가능성이 많은 수술임을 이미 통지받기도 했다.
 
그리고 며칠 전에 결국 어머니는 왼쪽 얼굴과 다리에 마비가 왔고 2번째 뇌출혈로 보였다. 어머니는 지난번 수술에 놀라서인지 병원이든 의원이든 요양병원이든 검사고 입원하고 모두 거부했다. 그저 뇌출혈이 재발되었다고 추측할 뿐 더 이상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집에서 개인적으로 할 수 있는 백회에 쑥뜸뜨기를 해주고 기공유를 해주었다.

https://youtu.be/zISbtkHLO80?si=Tz3fwB0RLv3jFmHC

 왼쪽 눈이 감겨서 떠지지 않았었는데 백회에 쑥뜸을 5번씩 아침, 점심, 저녁으로 무려 하루에 3회 떴더니 안면마비는 풀린 것 같았다. 그런데 왼쪽 엉덩이에 혹이 커졌고 스치면 터져서 피가 날만큼 아파서 병원에 가자고 해도 막무가내로 고집을 부렸다. 임플란트고 보청기고 병원 카운터까지 가까스로 데려갔다가도 뛰쳐나오던 전적이 있던 어머니인지라 반은 포기하는 심정이었다.
 
그래도 하루동안 같은 공간에서 간병차 함께 먹고 자고 했더니 얼굴에 혈색이 돌며 안정을 찾았다. 그러나 여전히 왼쪽 다리에는 힘을 주지 못해서 외출은 어려워보였다. 화장실 가는데도 혼자 기어서 가게 된 것도 왼쪽 마비가 온지 2일이 지나고서야 가능했다. 쑥뜸은 어머니 백회에 매일 뜨고 있지만 코감기약조차 먹지 않는 저 고집을 보면 더이상 다른 도움을 줄 수 있을까라는 의문을 갖게 된다.
 
현재의 어머니를 보면서 착한아이 콤플렉스와 완벽주의에 매몰된 나 자신도 보게 되었다. 착하다라는 말에 어릴 때부터 가스라이팅되어 자신을 배려하기 보다는 남을 먼저 배려하느라 놓친 많은 기회들은 중심을 나보다는 남으로 놓았을 때 일어나는 것이다. 개인주의를 찬양하는 것이 아니다. 완벽주의 또한 불완전한 자신을 자학하고 자책하느라 자신을 사랑하지 않게 된다. 어릴 적부터 우리의 무의식에 사회의 고정관념과 선입견을 주입시켰다. 동화나 어른들의 "착하지? 말 잘 들어" 에 길들여지면서 자기자신을 중심에 놓지 않고 밀쳐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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